I. 미국으로, 미국에서, 미국으로부터/I-III. 미국으로부터

미국으로부터 - (14)

withgenie 2026. 1. 25. 07:44

오랜만에 쓰는 미국 블로그.

 

미국인들이 으레 길게 쉬는 12월부터 1월 초장의 연휴를 쉬고 나니 약간은 해이해진 상태를 맞이하고, 첫 그룹 세미나 발표 이후 정신을 좀 차렸다. 역시 일해라 핫산과 같은 육체 노동만이 정신을 차리게 하는 듯 하다.

핫산이랑 나랑 외노자로서 다를건 없지

 

저번 캐나다 여행부터 이번 미국 연휴 여행 일정까지는 따로 글을 쓰려고 비워놨는데 언제 쓰지... 아무튼 그 이후의 일정은 별 하릴없이 지나가기는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동상에 모자를 씌워준 듯

중서부 시골의 일상이라봤자 별 건 없지만 그 와중에 뭐라도 찾으려고 애 쓰는 중..

북미 신상 피스타치오 크림 콜드 브루
북미 신상 두바이 초콜릿 마차 라떼

북미에서만 나오는 스타벅스 신상 음료도 한 잔 때려줬다. 위 음료 칼로리는 200 칼로리 정도인데, 아레는 톨 사이즈 기준으로도 400 칼로리, 당류는 48g 되는 사악한 음료였지만, 다른 음료들과는 다르게 이런 두바이 열풍은 이번 년도가 지나면 다시는 올 일이 없기에, 한 번은 오리지널로 먹어봐야지 하고 마셔보았고, 결론적으로는 대성공. 솔직히 맛있긴 했다. 다만 두 번 먹기엔 이제 나이가 30살을 넘었고, 피스타치오 크림 콜드 브루는 한 번 더 마셔봐도 될 것 같다.

 

미국의 한국 책 직구 서점인 '김씨네'에서 싸게 직구한 한국 책들.

다른 책 리뷰도 곧 올릴 때가 오겠지만, 밀리의 서재에는 없는 한국 책들을 비싸더라도 한꺼번에 구매를 했다. 시지프 신화, 반항하는 인간, 전락은 읽은 책이지만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종이책을 구매했다. 자기앞의 생은 조금씩 읽다가 이 글을 쓰는 시점인 토요일에 필이 꽂혀서 한 번에 다 읽었는데, 정말 좋은 책이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찰하고 되새긴다.

 

2026년 1월의 책, "자기 앞의 생"

이 책은 다시 읽을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 감정 소모가 좀 심함.

 

굳이 시도해본 김치전. 성공인데 기름을 더 넣어야 할 듯..

비가 오는 날이었어서 말 나온 김에 김치전이나 부치자 하고 부쳐봤는데, 기름을 이정도는 하면 되려나? 하고 넣었다가 반죽이 기름을 다 쳐먹어서 이거보다 더 넣어야 한다고?;; 라는 생각에 무서워서 덜 넣었다가 바삭함이 다 사라짐. 교훈을 얻었으면서도 다음부터 전 먹을 기회가 오면 좀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 나 나이 30인데 이렇게 기름 많이 먹으면 안돼요

한또밥

이 날은 무슨 날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그냥 갑자기 소고기 넣은 짜장이 먹고 싶어서 내 은인 J. W.가 보내준 3분 짜장에 소고기 넣고 볶고, 아시안 마트에서 산 오징어 젓갈에 맥주 때리면서 해쭈 영상 보고 메일 확인했던 그림이다. 걍 도파민들 가득참 (워크메일 제외)

 

한국은 두바이 어쩌고가 유행이라길래 만들어 봤다. 중서부엔 안파니까..

욕망 주머니 레전드

생각보다 잘 된듯? 이 시간에 연구하세요 금지

 

그리고 비가 온 이 날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 날 눈 폭풍이 불어닥쳤다.

미친거 아님? 눈이 진짜 그냥 쏟아졌다.

Snow belt, 또는 Great Lakes Zone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악명 높은 기후를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진짜 개 많 이 옴

이 주에는 그룹 세미나가 있었는데, 이 연구실에 오고나서 첫 발표를 맡았다.

 

평생 하지 않았던 파이썬 코딩을 통해서 로봇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액체-액체 상 분리 최적화 매핑이라는 연구 주제를 수행 중인데, 이 연구실에서도 해 본 사람이 없고, 교수도 '해 보고 싶은데 나도 코딩 모르니까 니가 해봐'라고 던져주듯 받은거라, 나도 맨 땅에 헤딩하면서 ChatGPT, Gemini, Grok등을 괴롭히며 코드를 써나가면서 실험했다. 사실 이때 좀 교수한테 실망했던 건, 생산적인 토론은 불가능했고 그냥 모두가 처음인데 내가 하는거니까 '그렇구나 이걸 했구나..'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기 때문.

그냥 그렇다고..

그룹 미팅 때도 같은 연구실의 포닥 1명 질문 빼고 영양가 있는 질문은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개멋있는 생합성 하는데 나는 약간 동떨어진 걸 하고 있다. 그래도 빛을 볼 때가 오겠지? 흑흑

 

그룹 세미나 준비한다고 일주일 내내 고통받으면서 준비했었기에, 이 주말에는 휴가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시카고를 방문했다. 시카고 방문 직전까지, -10도 정도의 기온이 예상되었기에 갈까 말까 고민했다가 그냥 갔다. 최선의 선택이었던게, 그 다음주, 즉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악몽같은 -30 ~ -20도의 미국 내에서도 기록적인 윈터 스톰이 닥치고 있기 때문 (https://www.bbc.com/news/live/cx2xxl2k47xt)이다.. 

 

사우스벤드에서 시카고까지 가는 사우스 쇼어 라인(South Shore Line)을 타고 최종역인 시카고의 밀레니엄 역에서 내리면 보이는 광경.

가장 큰 목적은 ARTIC (Art Institute of Chicago)였다. 시카고에 들릴 순간이 있을 때마다 가보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뭉크 시리즈가 종료되어 한 작품밖에 볼 수 없었지만, 다시 한 번 고흐와 르누아르, 마네, 모네, 그리고 고갱의 작품에 젖어들며 한 3시간 정도를 보냈다.

 

 

 

특히 조르주 쇠라의 아래 작품 같은 경우는 점묘법으로 그려진 작품의 대표작 답게, 가까이서 본다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번외로,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작품 앞에는 사람이 항상 많기 때문에, 사람 없는 풀 샷을 찍는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고흐의 작품도 살아 숨쉬는 듯한 두터운 붓질을 실제로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서 촬영한 사진
생각보다 가장 좋았던 고흐의 <술꾼들> 또는 <술 마시는 사람들>

그리고, 생각보다 유명한 작품인데 작가의 이름이 길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그림. <물랑루즈에서>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의 <물랭루즈에서(At the Moulin Rouge)>

모네의 연작.

 

앤디 워홀의 시리즈는 MoMA에서 훨씬 많은 편이었는데도, ARTIC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 볼 거라고 생각 못했던 작품, 초현실주의의 대표예시인 르네 마그리트의 <못 박힌 시간>도 보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못 박힌 시간>

참고로 아래 프랜시스 베이컨 화가의 작품은 감상할 수 있을 때 감상을 해두어야 한다. 산발적으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

 

프랜시스 베이컨의 <고깃 덩어리에 둘러싸인 머리>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의 유명한 작품인 <괴물의 발명품>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잘 보이지 않는 저 파란 개의 존재를 이렇게 보니, 살바도르 달리의 천재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018년 경 숙명여대 교환학생을 갔었을 때 <서양미술사>수업을 들었었는데, 이 그림을 분석한 기억이 난다. 아래 그림 왼쪽에는 말이면서 여성처럼 보이는 무리가 있는데, 달리는 모성적 강의 괴물로 불렀다. 그 멀리에는 불타는 기린이 있는데, 이는 반대로 남성적이고, 우주적 종말 괴물의 표식으로 해석한다. 중앙의 상자와 맨 앞의 얼굴이 두 개 같은 인물들 자체는 불길한 요소 자체를 던져주면서 전쟁의 전조라는 거대한 공포를 괴물로 형상화한다. 특이한게 오른쪽 하단에 진짜 잘 보이지 않는 파란 개는, 다른 요소들이 초현실적으로 그려진 것에 반해 굉장히 상투적이고 그림 자체에서 일부러 비켜 서 있다. 보통 저 파란 개는 괴물의 시대에도 끝까지 괴물이 되지 않는 어떤 것이자, 동시에 너무 작고 어두워서 사라질 듯한 취약한 기억을 의미한다고 배웠다. 그림 옆에 달려있던 ARTIC의 해석에는 달리의 친구였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로 보기도 한다고 써져있었다. 아무튼 실제로 보니 좋았다.

 

이게 그 파란 개임

피카소 작품과, <아메리칸 고딕>도 감상했다.

 

아무튼 길다면 길었던 ARTIC 한 바퀴 감상을 마치고 나서, 필즈 커피를 다시 들려보았다. 필즈 커피의 아이스 민트 모히또가 미국 내에서 유행을 하고 있는데, 샌프란에서 처음 마셔본 감상은 좀 많이 별로였다. S. K. 누나가 민트 추가해야한다고 해서 재경험했다.

 

민트 한 번 추가하니 꽤 괜찮았다. 한 번쯤 추천!

 

그리고 배가 고파서 근처 라멘집을 찾아갔다. 사실 라멘을 먹을 생각은 없었고 시카고에 맛집들 많은데.. 그냥 저 날이 너무 추워서 뜨끈한게 먹고 싶었다. 그리고 실패함 (사진은 아래에)

저런 라멘 하나가 20달러였음.. 팁 포함 한 35달러 낸 것 같은데 2026년 최악의 소비였다.

 

해리포토 샵도 들려줬다. 뉴욕에서 좀 사놔서 사실 구경만 했다.

 

그리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 들렸는데, 이 날 추워서 그랬는지 사람이 진짜 박터치다 못해 서있는 공간도 없어서 그냥 2022년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다시 나왔다. 흑흑

타고 싶다

이렇게 약 7시간의 짧은 시카고 당일치기 여행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갔다.

 

사우스 쇼어 라인의 내부

ARTIC에서 산 전리품들을 정리한다. 뉴욕에서 내 친구 M. L.의 집에 초대받았을 적, 그녀의 집 내부에 데코된 엽서와 티켓들을 보고 이렇게 집을 꾸미면 재밌겠다 라고 생각이 들어서 따라하고 있는 중이다 (미안해)

 

뭉크 책갈피 너무 ㄱㅇㅇ
한인교회를 가면 귀여운 아이들도 있다. ㄱㅇㅇ..

월요일에 울면서 출근함. 진짜 운건 아니구요.. 놀지 못하고 그냥 일하러 온 외노자라는 걸 다시 깨달아서 우는거임

 

얼죽아.
ㄱㅇㅇ..

그리고 집 앞에 있는 큰 매장 Urban Outfitters가 문을 닫는다.. 러스트 벨트의 주 지역 답게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지역임을 알지만, 미국도 시골인 경우에 가차없이 슬럼화 되는게 느껴진다. 여기도 슬슬 하나씩 방을 빼는게 여간 불안하긴 하다.

14달러에 삼. 그럼 60% 할인하기 전 처음에는 35달러였다는거 아냐? 절대 안사지

윈터 스톰이 시작된다.

 

혈기도 왕성해라. 학부생이면 한 21-23살이니까 가능.

한 사이클을 이렇게 마무리하니 정신이 좀 들긴 한다.

 

이 집 거실과 내 오피스 방의 현재 사진은 이렇다.

 

나름 뭔가가 채워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M. L.아 따라해서 미안하고 고맙다..

 

여튼 그룹 세미나 진행 이후, 나 말고 이 곳에 포닥으로 있는 인도인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3년차에, 다른 한 명은 이제 2년차에 접어든다. 2026년이 시작한 지 1달도 안되었으니, 사실상 2년차, 1년차 포닥으로 보는게 맞다. 어쨌든. 3년차 포닥은 오자마자 1년차에 첫 논문을 냈다. 그리고 이번에 JACS에 섭밋했다. 2년차 포닥은 2일 전 그룹 미팅 발표를 했는데, 벌써 데이터가 너무 이쁘고 교수도 섭밋 빨리 하자라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곧 실적이 나올 듯 하다. 이들의 매서운 연구 스피드를 보니 솔직히 침이 바짝 마르긴 한다. 어쨌든 뭐라도 하나는 들고 가야되지 않겠나 싶다. 링크드인을 살펴보면 나 말고 다른 주변의 사람들은, 아직 졸업을 못한 박사 친구들부터, 나랑 같은 시기 또는 나보다 조금 일찍 들어간 포닥들도 논문이 계속 잘 나오더라. FOMO라고 하지 않던가. 나만 좀 외국에서 정체되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긴 하지만, 별다를 조치를 할 게 없으니, 그냥 불안의 연속일 뿐이다.

 

2주 전에는, 공고가 하루 남은 (즉 하루 남은 채로 발견한) 교수 지원을 보고 헐레벌떡 반나절을 갈아서 지원을 한 번 해봤다. ChatGPT를 비롯한 다른 AI툴로 교정 좀 하고 매우 급하게 내느라 별 기대는 하지 않지만.. 뭐 그렇다. 다음 지원 기회가 온다면 다른 성공한 분들의 데이터를 좀 받고 싶다.

 

모두 건강히 지내고, 다음 글에서 또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