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텀을 두고 올리는 11번째 미국 일기다. 나태해진건 아니고, 이제 이 타국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우당탕탕 맞닥뜨릴 일이 이제는 멎어들고 업무에 집중해야하는 시기가 온 탓인지, 비슷한 하루가 진행되고 있어 엄청난 특별한 에피소드가 쌓여있지는 않았다. 이 말인 즉슨, 이제는 미국이라는 이 나라에 조금씩 나도 동화되고 있다는 뜻 같다.

10월의 말이 다가오니, 실험실에서 나도 무언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야한다고 좀 조급한 생각이 들었다. 이 연구실의 교수는 마이크로매니징을 해주지는 않고, 큰 갈래의 아이템이나 주제를 하나 던져주고 스스로 디깅을 많이 해야한다. 나는 자동화 로봇을 하나 던져주고 사실 정말 별다른 조언을 해주지 않아서 방황을 한 달 정도 했었다.


자동화 장비를 통해서 무언가 프로젝트를 해야한다.. 무언가.. 이제 아이디어 싸움이다. 저 자동화 장비 이름은 오픈트론이라는 장비인데, 액체 시료를 흡입, 분주, 그리고 쉐이킹부터 온도 조절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장비다. 정말 저 장비를 이용해보라라는 아이템만 던져줘서 좀 힘든 상태지만, 이제 내 태스크가 된 이상 뭐라도 논문 하나라도 써야할 듯 하다. 웃긴 건 저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팁이 저 장비 회사에서 만드는 팁만 호환이 된다. 상용화된 다른 브랜드들의 팁 박스는 사용이 안된다. 돈에 미친 듯 하다. 지질나노입자를 만들었던 이그나이트 칩도 그랬다.
한국의 특별한 친구들인 J. W.와 H. M., 그리고 W. K.으로부터 많은 한식 선물들을 받았다. 특히 J. W.가 개고생했다. 감사를 전한다. 왜냐면, 그녀가 준비한 택배 크기가 자그마치 15kg이 넘었다. 그리고, 해상편의 경우 15kg 송달의 택배비가 약 5-6만원인 반면 1-2달 정도 소요된다. 9월달에 미리 겨울 옷을 한국에서 보냈다던 다른 유학생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J. W.는 항공편으로 이 택배를 보냈고, 시차를 고려했을 때, 단 2일 만에 도착했다. 내가 아마존에서 주문했던 물건보다 이 국제 택배가 더 먼저 도착했다. 택배비는 20정도 나온 것으로 안다. 나도 택배비를 보탰다만, 정말 항공 택배가 빠르다고 느꼈다.














난 나한테 딸기송이랑 약과 주는 사람이랑 결혼할 예정이다... J. W.랑은 못하니까 W. K.이랑 해야겠다. 한국에서 저렇게 많이 한식을 받다니 난 복받았다. 애초에 저런 간단 코인육수 같은 건 잘 팔지도 않고, 참치도 비싸고, 레토르트도 죄다 비싸다. 수입을 해오는 이상 관세의 영향일 테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저걸 보낸다고, 쿠팡 같은 데서 시켜서 포장을 뜯고 일일이 보내는 게 웬만한 정성으론 안된다. J. W.의 덕을 보았다. 그리고 저 카누에 뜯겨져서 보낸 토리의 털 너무 웃기다. 아, 참고로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의 카누가 전 세계권을 비빈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미국으로 장기간 온다면, 카누를 꼭 챙겨가길 바란다.
오설록 티도 너무 마시고 싶어서 부탁했었다. 여기서 티를 마신다 하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따위인데, 난 홍차를 그렇게 즐겨 마시지는 않아서, 오설록 티가 너무 그리웠다. 아무튼, 모두들 저런 인스턴트류를 좀 많이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가장 피해야 할 짐 : 패션쇼용 이쁜 옷들.. 진짜 다 필요없다. 여기 모든 남자든 여자든 운동에 미쳐있어서 여자는 룰루레몬에 온 러닝, 남자는 언더아머에 온 러닝 입고 다닌다. 절대 절대 예쁜 옷으로 한바가지 들고 가지 말고 음식들 + 이불 이런걸 챙겨가길 바란다.

여기 와서 첨으로 사이버트럭을 보았다. 진짜 개못생겼다. 근데 성능은 확실해 보였음.

이 당시는 할로윈으로부터 약 4일 정도 전이었지만 벌써 할로윈 냄새가 많이 풍겼다. 너무 귀여웠다..

이 연구실 돈이 많다고 생각했다. 저만한 양의 필터레이션이 있다니...저 필터레이션 박스 하나에 대략 50만원정도 할텐데, 여기서는 그냥 자유롭게 주문하는 듯 했다.



난 내가 여기 와서도 제타 포텐셜을 잴 지 몰랐다. 포항에서 썼던 장비랑 똑같다. 익숙해서 뭐랄까 포항에서의 대학원 라이프가 잠깐 생각났다. 안 쓰고 싶다.


좀 재밌는 인형을 검색해봤는데, 아마존에서 이딴 인형을 추천해준다. 진심 개쓸데없고 개못생겼는데 가지고 싶다.

가을이 성큼성큼 찾아왔다.

여기는 위클리 리포트를 쓰는데, 처음으로 단답형식이라지만 긍정적인 답을 받아봤다. NICE!


할로윈이 새삼 느껴진다.






실제 할로윈 날이 다가오니, 가을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느낀 것만 같았다. 수많은 주택가들은 집 앞에 마녀 또는 호박, 그리고 각종 귀신들로 어린 아이들을 놀래키면서 캔디를 주고 있었고, 저런 거리의 경우에선 위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테이블에서 아이들에게 캔디를 하나씩 나눠주고 있었다. 다양한 재밌는 분장을 한 아이들과 여러 어른들도 많아서 구경하기에 좋았다.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개웃긴 짤을 봐서 공유. 저 상태로 핸드폰을 좌우로 약간 느리게 흔들면 고개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것 처럼 보임.
이 주간에는 캐나다 밴쿠버로 2박 3일 놀러가는 일정이었어서 이른 아침부터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가려고 했다. 밴쿠버 2박 3일 여행기는 따로 남기도록 하겠다.


시카고에 도착하고 나서, 뭔가 들리고 싶었던 카페에 들려보았다. 커피는 맛 없었고, 크로아상도 별로였다. 저렇게 해서 12달러인가 줬다. 세상에나.. 카누가 더 맛있고, 코스트코 크로아상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 실패!




너무나 좋았던 캐나다 2박 3일 일정의 여행이 끝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학업을 끝내고 무언가 '거주'를 할 북아메리카 나라를 고른다고 하면, 미국보단 캐나다인 듯 하다.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고 매그놀리아 베이커리가 문을 닫기 전에 푸딩 라지 사이즈를 허겁지겁 사고, 야밤의 시카고를 구경한 다음 사우스벤드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아무튼 안전 귀가 완료! 그리고 캐나다에 있던 동안 주말에 도착한 택배까지 쫀득하게 챙기고 귀가했다. 암 쏘 럭키.


이 사진은 시카고에서 사우스벤드로 가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인데 너무 잘 나와서 공유.


개를 만지고 싶을 땐 Can I pet your dog?이라고 하면 되는데, 저 강아지가 약간 너무 울상이었어서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기가 좀 힘들었다.
번 외로 이 연구실에 있는 rotary evaporator (보통 Rotap이라고 줄여서 말한다)가 개 테토형식이었다. 온도를 내려줄 칠러가 따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보통 냉동 시약을 사면 딸려서 같이 오는 드라이아이스를 보관할 캐비넷 (계곡 같은 곳에 놀러가면 수박이나 음료를 보관하는 그런 이동식 아이스 캐비넷을 말한다)를 다 쌓아두고, 로탭을 돌릴 때가 있으면 드라이아이스를 그때 꺼내서 중앙 디스틸레이션 통에 넣는다. 즉 드라이아이스가 칠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 방식이 더 경제적인 듯 하다. 포항에서는 드라이아이스 시약을 굳이 밖에다가 증발시켜서 버리긴 했었으니까. Very good!!




정신이 없던 약 3-4주 남짓한 시간을 이렇게 밖에 정리를 못하다니. 재미없는 미국 중서부 시골 도시임이 너무 여실하게 드러나는 듯 하다. 재밌는 삶을 살고 싶다!!


J. W.가 보내준 카누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올리면서 마무리. 여기는 겨울 시즌으로 나온 스타벅스의 곰 모양 글래스잔 (베어리스타라고 부른다)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30불에 파는데 리셀이 300불까지 올랐고, 이것 때문에 스타벅스가 아직도 사람이 득실거린다. 근데 그 돈주고 살 이유도 없고 유학생 마인드라 그런가 30불이면 코스트코 돼지고기가 얼마야 라는 말을 하게 된다. 가난한 유학생 라이프 최고!
모두 실적 잘 나오길 바라고, 내 생각도 해주길... (질척거리지마)
그럼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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