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한 지 만으로 1달이 넘어갔다. 여전히 내가 느끼는 미국 내 이 사우스벤드라는 도시는, 가볍게 보기에는 외지인에게 친절한 도시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 보면, 완벽하게 외지인에게 벽을 두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한국하고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히려 우리는 반대가 아니였던가. 외지인한테 별로 따뜻해 보이지는 않지만 막상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도와주려고 하는 느낌이었는데. 하지만 여기서 나도 스몰톡 외에는 백인 위주의 사회에 깊이 친해질 생각은 딱히 없었기에 별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외로운 건 사실이다. 평소에는 별 감각이 없었는데, 뒤에서 후술할 풋볼 경기의 사전 행사인 패밀리 테일게이팅에서 약간 심하게 느꼈달까. 물론 이들의 잘못이라는게 전혀 아니고, 학부생도 대학원생으로도 온 게 아닌 방문학자로 온 유학자들의 숙명일 뿐이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드라마나 영화는 정말 많이 보는데, 새롭게 올라온 드라마인 <은중과 상연>도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상연이 저지르는 병크는 단 하나도 공감되진 않았지만, 상연의 오빠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에 여운이 있었다. <너를 태워 버리지 마!>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매우 어린 나이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섬세할 뿐만 아니라 조니 뎁의 연기도 훌륭하니 한 번쯤 젖어보시길. (공부는 안하니)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기독교 색채가 강한 학교에 있기도 하고, 차가 없이는 이 주변의 어떤 것도 외연을 넓힐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교내의 대성당에 한 번씩 들리고 있다. 물론 여기를 간다고 기독교에 빠져볼까 하는 생각은 들진 않지만, 'Holy'함을 느껴보려고 온다. 새로운 경험이다.

무화과나무 잎을 닮기도 하고, 밤나무잎을 닮기도 한 단풍잎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다. 가을이 아름다운 학교라는데, 가을이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9월 둘째 주는 연구자 감사 주간이라고 해서 공짜 도시락을 주는 날, 커피 아워 데이, 그리고 맥주 파티 데이가 있었다. 맥주 파티 데이를 갔었어야 했는데 까먹고(...) 못 갔다. 아무튼, 식비가 괴랄한 미국에 있다 보니 샐러드만 먹다가 공짜 도시락을 준대서 바로 달려갔다. 딱히 여기 온 사람들끼리 수다를 떠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냥 도시락을 받고 광장에 있는 벤치에서 먹거나 오피스로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오피스에서 먹고 싶지는 않아서 벤치에 혼자 앉아서 먹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날씨가 정말 좋았다. 아무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불러서 같이 먹긴 하던데, 그러지는 못했다. (왕따맞음)
뷰도 좋았고, 날씨도 괜찮았다.
참고로 미국 중서부에는 11개의 날씨가 있다는 밈이 있다.

내가 여기에 도착한 이후에, 인스타스토리로 아침 8도, 낮 15도 (또는 20도) 정도의 자랑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이 더 시원하다. (절대 온도 상. 습도를 고려하면 아마 비슷할 수도) 저 위의 밈에서 볼 수 있듯이, 애석하게도 Second summer에 빠진 저번 1-2주의 경우 낮 온도가 31, 32도까지 올라갔어서, 무척 더웠다. 습도는 매우 낮아서 사실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수준이라 한국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한국이 훨씬 갑갑함). 이제 곧 진짜 가을이 오겠지?

공짜로 받은 것 치고 정말 괜찮았다.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 였는데, 무조건 밖에서 구매했다면 15달러는 받았다. 이것 외에도 초코 쿠키와 감자칩을 받았었다. 초코 쿠키는 한 입 먹고 이건 당뇨가 온다 싶어서 그만 두었고, 감자칩은 먹었다. 샌드위치에 감동을 받았다. 돈 아꼈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세미나도 들어보았다.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야 영어가 완전히 들리지 않을까 싶다.

학과 내 조교수인 Alex Dowling 교수께서, 추후 잡마켓에 도전해 교수직을 노리는 포닥을 위한 세미나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발표해야 하는지, 갑작스럽게 자기 연구 분야를 소개해야하는 순간이 오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해준다고 해서 참석 신청을 했다. 약 4번 정도의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첫 세미나에서는 급작스럽게 잡힌 미팅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두 번째 세미나를 참석하려고 했다.

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엘리베이터 피치라고 해서, 만약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설명해야하는 순간이 올 때, 엘리베이터가 최종 도착 층에 도달하기 전인 약 10~60초 안에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에 관한 숙제가 있었다.

다른 서양인들은 아마 준비같은 것 없이 자연스럽게 말하겠지만, 나는 그러진 못하니까 나름 대본을 준비했었다. 60초로 준비했었는데. 60초는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었다. 거의 25초 정도만 걸렸어서, 다음에는 더 많은 정보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Alex 교수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주었다. 1. 박사 학위를 어디서 했는지, 그리고 누구 밑에서 했는지 알리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 사람이 알 수도 있다). 2. 내가 이 연구를 하는 모티베이션과, 결국에 어떻게 쓰일지 어플리케이션도 언급해보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나름 헬스장을 깔짝거리기는 하는데, 일단 저번에 올렸던 글 처럼 여기 다니는 남자건 여자건 온통 몸이 우락부락하다. 좀 기가 죽는 것도 있다. 근데 문제는, 한국에서 데드 리프트를 연습할 때는 맨바닥에 바 랙을 설치해서, 사실 조금 쉽게 데드리프트를 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바 랙 같은 것 따위는 없을 뿐더러, 저 보이는 검은색 매트가 깔려있어서, 오히려 땅데드(바 랙 없이, 땅에서 바로 실시하는 데드리프트)보다 더 높이 손해가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연습했던 데드리프트보다 약 15 cm 정도 되는 손해가 있었다. 탑 세트 무게가 약 20kg 정도 줄었다. 근데 또 이걸 기회라 생각해서 자만하지 않고 데드리프트를 연습하려고 한다. 그래도 헬스장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저번 주에는 내가 있는 노터데임대와, 텍사스 주의 텍사스A&M대 사이의 풋볼 경기가 있었다. 결과는 40:41로 텍사스의 승리. 아무튼 이 경기가 치뤄지던 날 저녁에 내가 사는 곳의 뒤편에 총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다행이 사상자는 없었는데 건물에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인구 밀도가 낮고 그나마 안정적인 동네라 하더라도 밤 늦게는 절대 돌아다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새벽 1시 2시까지 술마시러 다니는 사람 많더라. 대학교 바로 근처라 사람들도 그냥 안전하다고 생각하나보다.

사람들이 점점 할로윈을 준비하고 있다. 할로윈이 생각보다 미국에서 중요한 날인듯 중요하지 않는 날인듯 애매한 위치더라. 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기념일 같다. 할로윈이 기대된다.

내가 있는 연구실의 교수님 성격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빡세다. 'fuxking' 같은 욕을 섞어 쓰는 것부터 알아차리긴 했는데, 저런 식으로 강한 메일을 써서 보낼 줄은 몰랐다. 물론 항상 뭔가 모르게 꽁해 있는 교수보단 훨씬 낫지만, 아무튼 나도 딱히 나대고 다니진 않아야 겠다. (그럴 생각도 없잖아)


미국판 버드와이저를 찾았다! 드디어 12온스가 아닌 18온즈(약 500mL)의 맥주를 발견했다. 보이자마자 1박스를 샀다. 31달러 정도 였는데, 계산하면 mL 당 5원 수준이었다. 1캔 당 2,500원 수준이다. 맥주 값이 저렴하다.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이번주에는 연구자 환영 주간이었는데, 이날 오전 9시에는 포닥 연구자를 위한 커피 아워 데이가 있었다. 위치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찾아가는데, 생각보다 큰 호수가 있었고, 아침 러닝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포항의 지곡 연못보다 이뻤다. 노터데임 1승.


커피 아워를 하는 건물 앞의 뷰가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다. 다시 봐도 잘 찍었다고 생각한다. 커피 아워에 있는 간식은 온갖 도넛과 컵케이크로 가득 차있었는데, 2개 이상 먹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커피 관련해서 할 말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스타벅스 등이 아니면 '아이스커피'라는 개념이 잘 없는 듯 하다. 무조건 핫 커피로만 주더라. 그래도 이 자리에서 새로 만난 포닥들과 1시간 정도 떠들다 보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다.
약간은 쪽팔린 경험이 있었는데, 'How did you find this area?' 라는 질문을 듣고, 어떻게 이 대학에 왔는지 물어보는 줄 알고, '논문 읽다가 교수님 논문을, ...' 로 시작했었는데, 물어보던 포닥이 '아 그거 말고, 여기 어떻게 생각하냐(think)는 거야'라고 했다. 대답을 하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니..
https://blog.speak.com/kr/in-english/expressions/영화-어땠어-어떤-것-같아-영어로-표현하기-find를-써요
'영화 어땠어? 어떤 것 같아?' 영어로 표현하기 - find를 써요! | 스픽 블로그
오늘은 find가 '찾다' 말고도 '여기다, 간주하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영화 어땠어?'라고 물어볼 때 How did you find the movie?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대답은 I found it ~ 라고 하
blog.speak.com
관용어구처럼 쓰던 표현이었다. 정말 쪽팔렸다. 이런 것들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에피소드를 내가 정말 아끼는 동생인 B. S.에게 알려주었더니,


바로 실전에서 적용했다고 한다. 아무튼,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한국 포닥 박사님인 Y. N.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은 두 번째로 본다. (첫 번째는 연구실 내 박사과정생인 H. Y.님) 곧바로 다가가서 인사 드리고 서로 번호 교환을 했다. Y. N.님의 소개로, 박사님 연구실에 있는 다른 중국인 포닥 두 분과 인사하고 네 명이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친구를 사귀었다라는 표현 보다는, 연락을 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연구로 좀 넘어가자면, 본 연구실의 교수님은 파이썬 코딩을 통해서, 연구실에서 새로 산 (저번 글 참조) 로봇을 작동시켜, 자동으로 펩타이드 또는 고분자를 합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최근 3주 정도는 파이썬 기초와 더불어 scikit-learn, PyTorch와 같은 머신러닝 및 딥러닝 기초를 공부하고 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의 경우 다음 네 블로그 및 사이트를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https://tutorials.pytorch.kr/beginner/basics/data_tutorial.html /2. https://pupbani.tistory.com/191 /3. https://bruders.tistory.com/99 /4. https://wikidocs.net/52460)
아무튼 코딩을 해서 가장 간단한 구현을 해보았다.
다음에는 피펫 팁을 장착해서 연속희석 프로토콜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컴공과가 보면 비웃을 정도로 쉬운 과정일 것이다.



저번에 말했던 어플인 Weee를 통해 한국 과자나 음식을 조금씩 주문할 수 있는데,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라면이나 과자를 여기서 시키고 있다. 약간의 향수병인 듯 하다. 실제로 한국에 있을 때는 라면이나 저런 과자를.. 잘 먹지도 않았다.. 라면은 진짜 한 반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는데, 여기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먹게 된다. (헬스 왜 하니)

혼자 사는 집이기도 하고, 어차피 단기적으로만 거주할 계획이었기에 짐을 더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도 그냥 바로 주방에서 먹고 치우고 설거지를 하거나, 오피스 룸에서 그냥 대충 먹고 치우긴 했다. 그런데, 10월 초 추석 연휴 주간에 내 정신적 지주인 J. O. 형님이 약 사흘 정도 방문할 계획을 알려주어서, 기회가 온 김에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를 맞추고 있다. 조립 과정이 힘들긴 했는데 재밌다. 테이블만 오면 드디어 나도 좀 사람답게 식사 시간을 여유로이 챙길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주간에는 노터데임대와 퍼듀대 간의 풋볼이 예정되어 있었다. 텍사스A&M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보였다. 아무래도, 퍼듀대 자체가 노터데임대랑 차로 2시간 정도만 떨어진 거리라서 접근성이 쉽기 때문인 듯 하다. 내가 처음 봤던 미국의 문화가 있었는데, 바로 테일게이팅(Tailgate, Tailgating)이었다. 이런 큰 규모의 대학 간 경기가 있을 때, 경기장 근처의 주차장에 자동차 트럭을 열어서 짐을 꺼내고, 천막을 설치하고 테이블을 깔아 가지고 온 음식과 술을 펼쳐 가족 간에 술 또는 음료, 음식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지고, 또 바로 근처의 테일게이팅을 하는 가족과 친해지고 대화하고 교류하는 자리라고 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오 이거 그냥 돈만 좀 내면 음식을 먹고 좀 친해질 수 있나? 싶어서 기웃거려봤는데, 아무리 봐도 가격표 등을 찾을 수가 없어서 ChatGPT한테 물어보았었다. 물어보니, 가끔은 Open-to-everyone같은 천막을 단 테일게이트도 있다고는 하는데, 난 확인할 수가 없었어서 따로 들어가서 뭔가 Join을 해보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문화인 것 같다.
재밌는 흥미거리기는 했지만,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고는 밖에서 한 시간 정도 어슬렁 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 경치도 아름다웠고, 바로 앞에서 열렸던 미니 공연도 좋았다.
뭔가 이렇게 들어가기엔 아쉬웠기도 했고, 이 경험을 하고 점심을 차려 먹자니 약간 억울했다. (나도 놀고 싶다!!!!!)
그래서 굳이 파이브가이즈를 들려 치즈버거를 사서 들어와서, 지금 블로그 글을 쓰고 있다.



미국 물가에 익숙해지니, 저 크기의 치즈버거에 제로 콜라 한 잔을 추가한 13.5달러가 굉장히 싸게 느껴졌다. 한국 돈으로 치면 17,000원 쯤 되려나.


점심 식사를 거하게 하고, 맥주 한 캔을 따서 폭군의 셰프를 보며 블로그를 쓰는 나. (연구 안하니)
친구도 차도 없는 지금이라 약간 무료했던 찰나, 캐나다에서 인턴을 하는 내 best friend Y. J.이 캐나다 단풍보고 같이 놀자고 초대를 해줘서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2박 3일 정도 캐나다를 방문할 계획이다. 시카고를 들린 다음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이다. 친구통이 왔던 찰나였는데 Y. J.도 보고 첫 캐나다도 들릴 수 있어서 기대된다. (연구 안하니)
한국에서 가져온 두 책인 <이방인>과 <싯다르타>, 그리고 한국 오기 직전에 다 읽은 <나의 작은 무법자> 후기도 밀려있지만, 이젠 e-book으로만 책을 읽어야 한다. 한때 한국에서 잠시 유행했던 두 책인 <급류>랑 <모순>은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래도 안울어 하는 책은 나랑 정 반대의 기조이기 때문인 듯. <시지프 신화>와 더불어 <자기 만의 방>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외로우면서도 재밌는 것으로 차있는 미국이 아닌가 싶다. 가까운 시일 내에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아무튼, 모두 다음 업로드 까지 잘 지내시고, 혹시 겨울에 한 번 볼 계획 있으시다면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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