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합법적인 외노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소가 필수적인데, 계좌 개설과 주거지 선정 같은 문제는 저번에 과정을 기록한 바 있고, 여기서 언급할 것은 사회보장번호, SSN에 관해서 겪었던 이야기와 더불어 이사 과정 직전까지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SSN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편하지만, 사실은 주민등록번호라기 보다는 내가 받을 수입과 세금을 정산하기 위한 식별 번호로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다. SSN이 없다고 해서 월급을 무조건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 처리가 매우 곤란해지기에 SSN의 발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에 도착하고나서, 가장 내가 걱정했던 것이 이 파트였다. 이유는, SSN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SN발급 과정 자체에서 주소에 대한 명확한 거주 증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SSN이 적혀져 있는 얇은 종이 한장이 그 주소로 배달이 되는데, 이를 실물로 수령하기 전 까지는 절대 이 9자리의 번호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주가 명확한 주소가 있지 않는 이상 미국에서 SSN을 발급받는 것은 다소 힘든 점이 있다.

저렇게 생긴 정말 얇은 종이 한 장을 굳이 택배로 발송해서 보내는 데, 저 9자리의 숫자가 있어야 원활한 월급 수령과 세금 처리가 가능해진다. 비유를 하자면 천원짜리 지폐 위에 내 중요한 식별 번호가 있고, 이를 굳이 택배로 받는 형식이다.
이 SSN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론' 실물 여권, 실물 DS-2019, 프린트된 I-94(출입국사실기록증명서), 그리고 Appointment letter (반드시 나의 서명이 들어가야하며, copy버전이 아니라 오리지널 버전을 들고가야 한다.)이 필요하다. 또한, 이 SSN을 발급받기 위한 무수한 많은 외노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인터넷 상에서 SSN을 신청한 다음, 가까운 office (SSA)에 전화하여 예약을 해야하는 지, walk-in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가는 것이 좋다.
학교에 나의 도착을 알리고 나니, 이민국에서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며 빠른 시일 내로 SSN을 발급 받아야함을 알려주었고, 필요한 서류 리스트들을 다음과 같이 안내했다.

온라인으로 내 정보를 기입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오히려 여권과 비자의 사본을 스캔하여 인쇄해야하는 듯 한데 이 근처에 프린팅을 해주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UPS나 Fedex에서 이런 프린트 업무를 약간의 돈을 받고 해준다는 것을 알았고, 내 주변에 가깝게 있는 Fedex를 검색하여 방문했다.


컬러는 장 당 52센트, 흑백은 장 당 20센트 정도 되는 가격을 받았는데, 진짜 개 사악하다고 느낀 것은 프린트나 스캔 후 USB저장 모두 가격이 똑같았다. 심지어 스캔 후 저장 후 인쇄를 하면 가격은 2배가 된다. 아무튼 많은 서류를 프린트하고 스캔하다 보니 약 10달러 정도 소모한 것 같다.


이들을 가방에 들쳐 메고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 했다. 날씨는 좋았다.

아무튼 우당탕탕 인쇄와 스캔을 끝내고 난 뒤, 서류 뭉텅이를 들고 여기서 가장 가까운 SSA를 찾아 방문했다. 약간 미국식 행정처리에 답이 없다고 딥빡했던 순간이 있는데, 온라인 상 신청을 끝내놓고 SSA에 전화를 하니 Walk-in을 해도 된다고 해서 방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방문하고 대기표를 뽑고 방문하니, 왜 전화로 예약을 하지 않았냐며, 다음 주에 다시 오라는 면박만을 받았다. 아니 너네가 그냥 와도 된다며..


나를 담당해주었던 오피서는, 학교로부터 안내받아서 준비해 간 자료들은 별 쓸모가 없고, 그냥 실물 여권과 appointment letter만을 잠시 가져가서 보고는, 다음에 올 때는 이거 두 개만 가져와도 된다는 말과 함께 대화를 종료했다. 뭐, 말은 이렇게 했지만, SSA 내부의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웠어서 쫄아 있었는데, 내가 가여워보였던 건지 아니면 내가 한창 쫄아있어서 과하게 예의를 차리고 있어서 그런건지, 오피서가 스몰톡도 해주긴 했고 (appointment 관련 면박을 더 주긴 했음), 노터데임대에는 왜 왔는가 (SSN발급인데 보통 이런 것도 물어보나? 비자 심사 때나 들어봤던 질문이었다.) 물어보기에 답변을 했더니, 'We need you. That's cool!'이라고 말해주었다. 다음에 다시 가야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행정센터와 (구 동사무소) 비슷한 느낌이라 그런가, 복지혜택을 받고자 하는 노인들과 흑인, 히스패닉들의 민원인이 많았다. 물론 우리나라의 행정센터의 경우 공무원이 갈려나가는 구조이지만 미국은 굉장히 오피서의 힘이 크고 경찰이 강력하게 째려보고 있었어서, 우리나라의 민원인-행정원 관계와는 비교하면 안된다.
어찌되었든, 별 소득 없이 건물을 나오고나서, 언젠가는 가보려고 했던 이 근방의 맛있다던 이탈리아식 베이커리가 가까웠어서 이 기회에 가보았다. 베이커리의 이름은 Macri's bakery였다. 구글 평점도 좋았고, 무엇보다 여기서 만난 몇몇 미국인 친구들(사실 말 한 두번 하고 더 연락을 하진 않았으니, 친구들이라기 보다는 만난 사람이 더 맞다.)로부터, 이미 맛있다는 평을 몇 번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론. 커피는 최악이었고, 카놀리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전형적인 미국식으로 해석된 베이커리였었고, 다시 곱씹어봐도 한국의 베이커리가 가장 맛있었다. 사족이긴 한데, 나는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등의 베이커리를 경험해봤어도 한국 베이커리가 가장 질이 좋다고 느꼈다. 어쩌다보니,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만족하고 나서는, 9월 3일이 되서야 방문하라는 날카로운 메세지를 가슴에 품은 채 그냥 학교까지 걸어갔다.
글을 쓰는 시점은 아직 포항과 서울 모두 한 낮 온도가 34-35, 36도 정도 되는 무더운 날씨라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는 아침에는 입에서 입김이 나오고, 낮에 더우면 25도 (하루 이틀..?), 대부분은 20도 정도였으며, 아직은 그래도 햇빛은 따가워 선크림은 발라야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는 훨씬 나은 기후 환경이었기에 그냥 걸어갈 만 했다. 우버 비용을 15달러 정도 썼는데, 아무 소득이 없었으니, 돌아갈 때는 돈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 장도 보고 말도 안되는 요리를 좀 하다가 하루를 보냈다. 그 다음날이 이삿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SSN이 없었기때문에 미국 내에서 신용이 없었다. 신용이 없다는 뜻은 신용 점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SSN 및 신용 점수가 있을 때 집에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의 수준이 확 내려가는데, 나는 그게 없었다. 따라서 나는 1달치의 월세 비용을 보증금으로 제출했어야 했다. 다른 케이스들을 검색해보니, 신용점수가 이미 있는 미국인들의 경우 굉장히 적은 수준의 보증금 (또는 아예 보증금이 없음), 그리고 부모를 개런터로 적어놔서 월세 말고는 지불하는 것이 없는 것 같더라.

약 350만원 수준의 (미친 환율) 보증금을 제출하고,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내가 거주할 공간의 전기 요금 수납인을 Foundry측이 아닌 나로 바꿔야했다. 인디애나 내, 그리고 내 건물에서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회사에 연락하여 수납인을 나로 변경했는데, 이것도 보증금을 받더라.



아무튼 이 전기공급 회사로부터도 수납인 변경 및 보증금을 납부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마지막으로, 임대계약을 도와주었던 카산드라에게 확인 메일을 보내니, 카산드라가 최종 컨펌 메일을 보내주었다. 그녀의 조언대로 인터넷도 설치를 하려고 했는데, 1000Mbps 속도의 인터넷이 한 달에 50$ 였다. 참 배가 아픈 가격이기도 하고, 핸드폰이 무제한 요금제인데, 핸드폰 핫스팟 키고 살면 안되나?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다가도, 아무리 내가 데스크탑이나 TV를 잘 보진 않지만, 인터넷 정도는 설치해야 되지 않는가 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서 그냥 결제하기로 했다.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치킨 몇 마리 안 먹으면 되지와 같은 마인드세팅이다.

가구 빼고 대부분을 그래도 집주인이 처리해주었던 한국식 생활에서 벗어나니 무게감이 든다. 모든 것이 다 돈이다. 그렇게 싸지도 않고.
내일은 새 집의 move-in day다. 이삿날이 다가오는데, 오늘까지는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왜냐하면, 저번에 말 했던 대로 내가 먼저 마음에 들어했던 Irish Row의 경우 기본적으로 furnished가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내가 추가로 돈을 들여서 구매해야 할 가구들이 없었는데, Foundry의 경우는 내가 가구를 직접 다 주문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8월 29일부터 입주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29일부터 바로 full-move-in을 하게 된다면 잠을 위한 침대의 공간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미리 move-in day인 8월 29일에 딱 맞춰 도착할 수 있도록 퀸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먼저 주문했었는데, 보통 이런 공간의 경우, 한국에서 아파트나 원룸에서 쿠팡을 시키듯이 배송이 오는 게 아니라, 한 데 모아진 Mail Room에 짐들이 보관되고 거주민들이 하나씩 찾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큰 퀸 사이즈 매트리스가 그 공간에 있고 내가 그걸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좀 아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침대는 있어야지.

그래도 모든 걸 한 날에 처리하고 싶지는 않았어서 (일단 매트리스랑 기존 집에 있던 짐 이동만으로도 진이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매트리스는 29일에 오도록 하고, 기타 필요한 몇 가지의 짐들은 30일에 오도록 좀 분산을 했다. 다행인 것은, 내 지금 임시 거주지인 Overlook이 9월 8일까지 결제되었기에, 매우 불편한 상황은 없다. 단지 큰 짐만 미리 옮겨놓으면 됐었다. 여담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 아마존 프라임을 결제했다. 확실히 아마존 프라임 정도는 결제해야 이 시골에서 약간이라도 빠르게 오는 배송을 통해 약간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29일 30일에 걸쳐 필수재 세팅을 하며 두 집 살림을 하고, 9월 첫째 주가 끝날 때나 되서야 완전하게 이사를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5편에서는 텅 빈 새 집을 보여드리고, 어떻게 이 집을 데코레이션 할 것인지 별로 안 궁금하시겠지만 짧게 보여드리고 싶다. 무탈하시고, 더위 조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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