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에서는 그냥 저냥 잡다한 신변잡기적 이야기를 풀고 싶다. 다음으로 올 4편에서야 집을 구하는 과정, SSN발급 과정, 그리고 이사 과정, 출근 직전 준비 등의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발버둥을 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주거문제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체력 문제, 그리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모든 것들이다. 실질적으로 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주거인데, 내 내면을 계속 갉아먹고 있는 것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외로움이다.
물론 아직 내가 연구실에 공식적으로 출근하지 않았으니까, 연구와 관련된 심도있는 고민을 같이 해볼 수 있는 진취적인 방향의 대화는 하기 힘들지만, 그것과 동등한 포션을 차지하는 것은 정말 자질구레한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없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나를 잘 지지해주는 선배인 J. O.는 "그래서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사람들을 respect해주고 높게 평가해주는 거야"라는 말을 해줬다. 미국으로 뜨기 전에 이 말을 들었다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 높게 평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 보다는, respect라는 측면에서.
이 지독한 기독교 학교는 학부생 중심이고, 80%의 인구가 백인이다. 라틴계도, 동양인도, 인도계도 비중이 적다. 동양계라 해봤자 항상 중국인이고,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한국인은 만나기 힘들다. 학부생 중심, 그리고 백인 중심에는 이너 서클이 무조건 있는데, 특히 이런 구조의 학교의 경우 남학생은 프래터니티(Fraternity), 여학생은 소로리티(Sorority)라고 하는 사교모임이 반드시 존재한다. 내가 이런 학교에 다니는 백인 남성이었어도 딱히 학교 내 구천을 떠도는 아시안 망령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것 같다라는 statement는 당연하게 정리된다.
심심찮게 밖을 나가서 학교 내 학생회관(Student Center, 여기서는 Duncan center가 있다.)을 들어가 보면, 정말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미국 대학생들의 clubbing문화를 정확히 목도할 수 있다. 특히 백인 기독교라는 보수적인 학교가 리딩하는 이 바이브를 보고있자니, 얼마나 이들이 자기애가 강하고, 타인에 대한 (그것이 친한 사이이든, 또는 처음 보는 사이이든) 관점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학생회관이 compact하게 차 있었다. 크기가 작다는 게 아니라 (크기는 크다!!), 이 큰 공간이 비어있는 구간이 없고 식당, 체육관, 클라이밍 월, 스터디 센터, 대학원 및 학부 학생회도 있었고 다른 것들도 많았다. 신기한 점이, 이 학생회관에 있는 식당들이, 내가 나온 포항의 학교에 있는 버거킹과 같이 한 브랜드 하는 것들도 많았고, 샐러드를 파는 공간도 있었다.


내 기준에서 가격은 다 사악했다만, 미국 물가는 원래 비싼 편이고, 그만큼 인건비가 가격이 높은 편이니 감안해야 할 사항같다.

4편에서 언급하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우여곡절 끝에 Foundry사와 계약을 마치고 있는 중이다. 비싼 집값에 흠칫 놀랐지만, 미국와서 돈을 저축할 생각으로 온 것도 아니니 뭐, 이런 곳에 내가 언제 살아보겠나 하는 심산으로 살 것 같다. 보기 좋은 거리여야 제2의 대학원 생활에서 정병이 덜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병 안오는 대학원 생활은 둘 중 하나다. 제대로 안 다녔거나, 당신이 toxic한 빌런이었을 거다.)
머천다이즈샵을 정말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편이다. 쇼핑뽐뿌가 오는 것도 맞지만, 일단 여기 옷이 너무 좋다. 내 추측컨대, 난 여기 뜨기 전까지 여기서만 옷을 사고 입고 1년 버티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굳이 옷 박스를 보내달라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포항에서는 학교 티셔츠를 입고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는 1학년 새내기 말고는 거의 다 머천다이즈만 입고 다닌다. 얘네도 이러는데, 아시안이 입고 다니는 걸 누가 크게 신경쓰려나. 오히려 좋다.

이 인형이 굉장히 킹받아서 계속 아른거리다 보니 그냥 하나 사서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혹시 갖고 싶은 사람 있느냐고 했더니 연락이 몇 개 왔어서 국제택배로 보내보려고 한다. 설렌다.

이 옆에는 스타벅스가 있는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면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컵에 글씨를 써서 올려주더라. 정확히 말하면, '글씨를 미리 쓴 컵'에 담아 주는 거겠지만, 가끔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말에도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뭔가 힘든 것 같다.

처음 먹어본 치폴레. 그 유명한 치폴레를 치폴레 앱 오더를 통해서 처음 주문해봤다. 내가 직접 고를 수도 있긴 한데, 영어로 할 자신이 없었음. 결론을 말하자면 명성에 비해 맛은 평범하고 가격은 진짜.. 이정도 받을 금액인가 싶었다.
먹을 것 이야기를 하자니, 미리 포닥을 간 동생인 J. P.와, West coast에서 취직해서 일하는 내 정신적 멘토인 K. K.가 추천해준 어플이 있다. 바로 울타리랑 Weee라는 어플인데, 울타리는 아직 안 써봤고, Weee만 써봤다.

Weee는 정말 혁명적인 어플이다. 반신반의해서 정말 소량만 시켜보았는데, 정말 하루 만에 배송이 오더라.


물론 가격이야 저 것들을 한국에서 샀다면 도합 3만원은 했으려나.. 그래도 미국에서 단 하루만에, 그리고 신선하게 한식을 받을 수 있는데 48달러라면 기꺼이 지불해야지. 어차피 요즘 위가 줄어서 많이는 못 먹을 듯 하고 이사를 시작할 쯤에야 햇반 말고는 끝날 것 같다. 만약 여러분이 미국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말 한식 많이 드시고 오시길 바란다.
기독교 학교 답게 교내에 엄청난 성당이 있다. 한 번 보시길.





일요일의 예배가 끝나고 난 뒤 교내의 미술관에 들려보았다. 내가 갔을 때는 중세 유럽 및 현대 아프리칸에 대한 많은 작품이 있었다.





참 예쁘고 볼 것이 많은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짐을 정리 좀 하고 기숙사 안에 있는 작은 체육관에서 얼레벌레 운동을 좀 하고 쉬다가 나왔다.



임시 거주지 바로 옆에 (걸어서 30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탭하우스가 있다. 가끔 맥주 한 두잔 걸치기에 좋아서, 여기 도착하고 나서 두 번 정도 방문했다. 물론 가격은 약 6-7달러 수준이라 좀 부담스러운데, 집에 맥주를 들이기에는 내가 이사를 곧 앞두고 있기도 하고, 탭하우스에서 먹는 맛도 있어서 그냥 들린다. Best friend Y. J.은 이렇게 맛 들리면 안된다고 했다. 동의한다.
아무튼 지금은 출근 직전이고, 친구 없이 여기에 적응하느라 좀 바쁘면서 심심하기도 한, 외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한국에서 친구들과 많은 시간 보내시길. 난 진짜 실험이라도 하고 싶어서 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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